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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원의 초단편 소설집의 제목은 'ㅋㅋㅋ'입니다. 제목 자체가 보기만 해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웃음이 납니다. 이런 제목의 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살아온 이력도 책 제목처럼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잉여 인간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잉여란 말 뒤에 인간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니, 무엇인가 세상에 한방 날릴 것 같은 내용을 품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출간을 앞두고 감사의 말을 전하는 첫 페이지에는 감사한 사람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 가족이라도 쓰거나 도와주신 분들을 쓰는데, 이 책은 순전히 본인의 재능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쓴 이유도 돈을 많이 벌고 싶기 때문이며 돈을 많이 벌면 차부터 바꾼다고 합니다. 그리고 평생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살아온 자신에게 명예로 보상을 받고 싶다고 합니다. 참 독특하고 솔직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한 장을 더 넘기니 앞에서 밝힌 내용과는 다르게 이 책의 인세는 모두 불우한 이웃을 위해 쓰여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정말 우리가 알고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나는 전개입니다. 장주원의 초단편 소설은 좋은 문학 작품 자체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을 보여줍니다. 그는 작가로서 정식 등단이라는 제도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많은 이들의 감응을 불러일으키며 알려진 사람입니다. 페이스 북의 글에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페이스북의 글은 순간적으로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바로 지나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글을 보는 순간, 지루하고 재미가 없거나 의미 없이 느껴진다면 그 어떤 호응도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이 페이스북의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주원 작가는 페이스북에서 고정 독자들이 생겨날 만큼 지속적인 주목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가 생각해낸 초 단편 소설은 아주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짧은 글 한편마다 제각각 특징을 갖는 강렬한 흡인력으로 정서정 감응을 이끌어 내고 짧은 분량 안에서 일상의 에피소드를 반전이나 위트, 역설, 풍자 등으로 표현합니다. 작가의 특유한 화법도 균형잡힌 독설과 직설의 범주를 넘나들며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자유친에서는 최소한의 예의와 체면을 지키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오히려 소설의 희극적 요소를 극대화하면서 풍자와 유머라는 문학적 환기마저 보입니다. 원색적인 감정조차도 능청스러운 문장과 화술을 통해 원색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위장된 심리적 정황 속에 섞어 놓으면서 작품의 품격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 삶의 구체적 정황에 대한 적절한 비유를 바탕으로 허구적 에피소드를 적절히 혼합하여 사실주의적 진정성과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인간 보편에 깔려 있는 전반적인 이기주의와 속물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위선과 허영에 대해 분명하면서도 노골적인 비판과 냉소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비판과 풍자는 자기 자신을 겨냥하기도 하며 다른 사람은 틀리고 본인이 옳다는 이분법적이고 단선적인 메시지만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안해라는 글에서는 결혼을 앞둔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이야기에서는 작품 속의 화자를 통해 황금만능주의와 자본에 예속된 인간관계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탄을 받아야 하는 여자에게 도리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에서 비판 대상의 속물성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결혼을 대가로 무리한 요구를 한 여자에게 계속 미안해를 연발하며 나열하는 내용 속에는 현대 사회의 무의식 속에 도사린 집단의 속물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런 반어적이고 비판적 표현들과 감수성은 10대 시절의 외국 체험과 동경과 부정이라는 심리적 경험에 의해 특유의 문학적 감성이 생성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성 작가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장과 문체를 통해 작가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놀라운 통제력과 타고난 조율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비판이나 풍자의 정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장주원은 사회와 현실, 개인과 집단, 사물과 욕망들이 서로 관계 맺는 방식을 다양한 시선으로 정밀하게 관찰하고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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