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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어적인 표현의 제목에서부터 내용을 읽어보고 싶게 하는 책입니다. 아이와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어쩌면 마음에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차마 실천하지 못한 대리만족과 같은 느낌이 들어 한동안 제자리에 서서 읽느라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던 내 인생과 아직도 치열하게 살고 있는 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실천하지 못했지만 용기 내어 과감하게 실행에 옮긴 작가님이 존경스럽고,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이 꿈틀거렸습니다. 책 표지 그림 속의 속세의 옷을 벗으니 시원하다는 말처럼, 인생을 집어던진다는 표현을 쓰며 시작합니다. 작가는 팍팍한 세상에 여유 없는 삶을 살면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괴테의 말이 궁금해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도 모르고, 나는 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서 회사를 그만두고 그 자리에 멈춰 선 이야기 입니다. 마흔은 웬만한 세상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하여 불혹이라고 부른다는데, 그 나이에 매일 소중히 품어왔던 사표를 과감하게 던지고 나옵니다. 특별히 계획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화가 나서 갑자기 그만둔 것도 아닙니다. 단지 그냥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오는 시점에서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 남은 날들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노력하며 최선을 다하고 인내하며 살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점점 더 불행해지는 느낌이 들어 후회와 함께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면서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길이 아닌 것 같으면 멈추는 게 우선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리고 그는 노력하지 않는 삶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것은 인생을 건 실험이며 스스로에게 주는 마흔살 기념 선물로, 한 번쯤은 애쓰지 않고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그냥 놔두기로 합니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흘러가게 놔두는 용기를 가지고 그 생활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행동은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와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인생을 건 실험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인생이 망하는 것은 아니며 크게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방황을 즐기기로 합니다. 여태껏 아등바등 살아온 긴 인생 중에서 한 번쯤은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그냥 사는 삶을 추구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바다에 조난당한 채, 튜브를 타고 있는 남녀가 나옵니다. 여자는 죽도록 헤엄쳐서 어딘가의 섬에 도착하고, 남자는 그 자리에 남아 맥주를 마시며 구조대를 기다립니다. 몇 년 후, 두 남녀는 어느 한가로운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여자는 죽도록 헤엄쳐서 섬을 발견하여 극적으로 살아남았는데, 남자는 술에 취해서 둥둥 떠 있다가 운 좋게 구조되어 살아남았습니다. 여자는 이 상황에 굉장히 화가 나고 당황스러워합니다. 누구는 이렇게 힘들게 해서 살아남았는데, 저 남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술만 먹고 있었는데 구조되어 살아남았다는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둘 다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것뿐입니다. 노력을 했느냐 안 했느냐의 차이보다는 운의 차이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자가 죽도록 수영을 했는데 섬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상황이 달라져 있었을 것입니다. 헤엄쳐 간 곳에 섬이 있었기 때문에 운 좋게 살아난 것이고, 남자 또한 술에 취한 채 조난당한 근처에서 떠다니다가 운좋게 발견되어 구조가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일상 생활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납니다. 수백 번의 오디션을 본 후에야 배우로 데뷔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 오디션에 갔다가 쉽게 데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많이 노력하지 않아도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여기에서 원래부터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력으로 다 된다는 말도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본인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 합니다. 노력으로는 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노력하는 사람들 위에는 원래부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소위 금수저라고 불리는 자식들이 있습니다. 금수저와는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작부터 저 앞에 서있는 사람과의 경쟁은, 노력이 무상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흙수저들의 한탄이 됩니다. 노력으로 자신의 타고난 환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신화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면 환경 탓이 아니라 나의 노력이 부족함을 탓하게 된다고 합니다. 금수저는 노력해서 금수저가 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을 사토리 세대라고 부릅니다. 사토리는 깨달음이나 득도를 의미하는 말인데, 말 그대로 어떤 꿈이나 욕망도 없이 있는 현실에 만족하며 득도한 사람처럼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래 자신들에게는 욕망이 없어 불행하지도 않다고 합니다. 꿈도 야망도 없기 때문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도 않습니다. 장기 불황으로 체득된 무력감과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때문입니다. 꿈을 이루기 힘든 세상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꿈을 꾸지 않게 됩니다. 야망이 없기 때문에 노력도 없고, 누구를 원망한다고 나아지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젊은이들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 문제로만 바라보면 안되며,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책임입니다. 꿈을 꾸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세상과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 정도는 할 수 있고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토리 세대는 자신의 선택으로 득도의 길로 가게 된 이들을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인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렇게라도 인생을 살아내고 싶을 뿐입니다. 이 책은 인생살이에 지치고, 수십 번 고된 고비를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과 경쟁 속에 자신을 던져버린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찾으라며 반기를 드는, 시원하면서도 조금은 서글퍼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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